[앵커]
정부와 의료계 강대강 대치가 오후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.
아는 기자, 정치부 조영민 기자 나왔습니다.
Q1.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어요.
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늘 의료계와 만남을 갖는다는 것 자체도 갑작스러웠지만, 대통령실의 빠른 반응 더 예상치 못했습니다.
한 위원장과 의료계 만남 이후 1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내놓은 공지문, 바로 이겁니다.
전공의 처분에 대한 유연화, 또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한 의료계와의 대화채널 가동 지시, 이렇게 2가지가 핵심입니다.
Q2. 뭔가 달라지는 건가요?
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는 그동안 강경한 입장이었잖습니까?
오늘 한 위원장이 의료계와 만남을 가진 시점을 보면, 당장 내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예고됐었고, 곧바로 다음 날,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이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.
이 처분을 유연화 한다는 건 기존 강경 일변도에서 다소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.
Q3.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에 대한 처벌을 아예 없던 일로 한다는 건 아니지요?
네, 일단은 파국을 막기 위한 '속도조절'로 보입니다.
정부 관계자는 "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한 유연한 입장으로의 선회는 전문의들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" 라고 말했습니다.
제자들에 대한 정부 처벌을 막기 위한 게 전문의들의 집단 행동 이유 중 하나였잖아요.
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다소 열린 태도를 보여주면 전문의들도 집단행동 철회 등 강경 대응에 있어 속도조절을 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.
Q4. 오늘 대통령의 지시도 함께 나왔죠?
맞습니다.
앞서 대통령실이 밝힌 공지문 가운데 사실 이 부분을 더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.
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가지 지시를 했습니다.
"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 모색"
그리고 "의료인과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하라" 입니다.
2천 명 증원이라는 양 쪽의 양보할 수 없는 이슈 때문에 그동안 갈등의 당사자인 정부와 의료계가 사실상 대화 채널 조차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었지 않습니까?
오늘 한동훈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윤 대통령이 전공의 처분 유연화와 더불어 건설적인 협의체 구성에 정부가 먼저 적극 나서 라고 지시하며 의료계에 먼저 손을 내미는 형국이 조성된 겁니다.
교착상태를 거듭하며 피해만 누적되어온 의료개혁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.
Q6.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대화를 통해서 정말 양쪽이 타협을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요?
맞습니다.
한 위원장의 중재로 일단 대화의 자리를 같기로 양쪽이 뜻을 모았을 뿐이지,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.
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대증원 2천명 규모가 양측 충돌의 가장 본질입니다.
하지만 이 2천 명에 대한 조정은 없다는 게 대통령실과 정부의 생각입니다.
정부 고위관계자는 "의대별 증원 배분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숫자에 대한 조정은 없다"라고 말했습니다.
물론 자리도 마련되기 전에 벌써부터 숫자 역시 조정 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, 이 숫자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그동안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지 않았습니까?
이 입장이 이제와서 바뀌어도 정부는 곤란한 상황입니다.
이렇게 조정 가능한 일을 여태까지 강경대응 한 건 그럼 왜 그런거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죠.
논의 테이블이 열려도 결국 이 숫자를 둘러싼 양 측간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.
Q7. 양 측간 이견이 충돌할 만한 이견이 또 있을까요?
앞서 유연한 행정 처분을 대통령이 이야기했지만, 의사들 입장에서는 이번 집단행동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적 처벌을 원점화
시켜달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.
정부 고위관계자는 "의대 증원보다 더 큰 본질은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" 이라고 말했는데요.
정부가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됩니다.
조영민 기자 ym@ichannela.com